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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진단 후, 병원 선택+항암+투병 팁 1

Yuno.org 2022. 6. 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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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2020년 12월 초에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DLBCL)로 진단 받으시고, 약 18개월간의 투병하시다가 결국 지난 2022년 6월 17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패혈증 쇼크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남기기 전에 처음 진단 받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치료 과정에 환자/보호자가 알아야 하는 것들을 남겨 둡니다. 암 투병 과정에서 하나의 아쉬움은 나중에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기에 ...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시라고 남겨둡니다.

 

참고로 어머니는 E-POCH, R-CHOP, D-ICE, MTX, 전뇌방사선, 리툭시맙+레날리도마이드, GEMOX, BR요법(벤다무스틴+리툭시맙), 킴리아 순서로 진행 했습니다. 

 

 

치료 병원의 고민

 

처음 재발까지는 어느 병원이어도 상관 없다. 그 이후는 달라진다. 집에서 가깝고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최고다,

 

처음 진단 받으면, 암이기 때문에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지 고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이 이야기가 꼭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머니의 집 근처 대학 병원인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처음 치료를 받으셨고, 그 다음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DLBCL의 경우 표준 치료 범위에서는 말 그대로 표준 치료이기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 진행 하더라도 전부 표준 절차를 따르게 됩니다. 지방의 병원, 서울의 대학 병원, 메이저 빅 5 병원에 관계 없이 항암 자체는 전부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어느 병원을 가도 치료 방법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관리, 유사시에 대응 가능한 수준 정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것은 어느 정도 장단이 있습니다.

 

먼저 빅 5 병원(서울대, 아산, 삼성, 성모, 세브란스)의 경우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는 제일 좋은 케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겪었던 삼성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면, 입원 하고 나면 비교적 좋은 케어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까지가 매우 힘이 듭니다. 입원 항암은 1차는 일정에 맞춰서 가능하지만(1차만 매주 일요일에 입원 시키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2차 부터는 언제 가능할지 가늠이 안됩니다. 어머니가 항암 하시는 동안 첫 항암 이후에 나온 입원 일정은 정해진 날짜에 입원 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고 최소 2일, 길게는 1주씩 딜레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특실(최소 67만원, 최대 130만원) 입원인데도 그렇습니다. 2인실 이하의 병실이라면 주 단위 딜레이도 매우 잦습니다. 

 

그래서 당일 항암을 많이 하게 됩니다. 당일 항암이라고 해서 널널하지 않습니다. 예약 된 시간에서 대기도 많고,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케어 해야 하므로, 병원 사정으로 환자가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입원해서 해야 하는 항암이라면 정해진 가이드보다 항암 기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도 어쩔 수 없고요.

 

혈액암 항암 도중에는 응급실을 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항암은 순기능도 있지만 부작용이 굉장히 심합니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순식간에 감염이 일어나고, 패혈증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진료 할 때 응급실에 가면 큰 기다림 없이 대응이 가능 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패혈증 쇼크가 왔을 때를 제외 하고는 최소 몇시간, 최대 24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힘든 환자가 그냥 집에 가자는 이야기를 끊임 없이 할 때 보호자의 마음은 정말 타들어 갑니다. 

 

처음 재발 하고 난 뒤에 진행 하는 구제 항암도 사실상 표준 항암입니다. 따라서 병원 별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재발 할 경우 그때 부터는 병원별로 편차가 발생 합니다. 이것은 "진료 교수"의 역량과 별개로 "병원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부터는 신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 이때는 병원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원내 처방 가능한 약의 종류, 신약, 임상 등.. 병원에서 지원 가능한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큰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메이저(빅5)로 전원을 해야 하고, 교수 선택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많은 교수를 선택 하겠지만, 사실은 환자가 많은 교수는 그 만큼 시간을 나눠서 쓰니까 환자에게 쓰이는 시간이 극히 적어집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입원 했던 4월 28일~6월 17일의 51일간의 입원 기간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제일 유명한 교수님의 회진 횟수는 10회가 안됩니다. 오히려 조금 더 여유 있는 교수를 선택 할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구제 항암까지는 건대에서 받을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수십번은 했습니다. 그랬다면, 구제 항암으로 완치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라며 후회 한적이 많습니다)

 

정리하면..

 

병원 선택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경험해보니 1, 2차까지의 치료는 1) 방문이 쉽고, 2) 입원이 쉽고, 3) 응급실 접근이 쉬운 병원이 최고! 인 것 같고, 표준 치료 영역 밖으로 나가면 빅 5 병원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빅 5에서의 병원 선택도 위의 조건을 따라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혈액형을 알아두자.

 

혈액암 치료 과정에서 제일 쉽게 접하는 부작용은 혈소판 저하입니다. 이 경우 외래 진료를 볼 때 수혈을 진행 하는데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충분한 수혈이 진행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혈소판의 경우 수혈 후 2-3일이면 수혈 받은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머니의 경우 매주 수요일에 외래 였기 때문에 수요일마다 수혈을 받으셨고, 이때 RBC(적혈구), A-PLT(혈소판)을 받았습니다. 보통 수혈 후 수요일 저녁 부터 토요일, 일요일 정도까지는 상당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 했고 그때부터 다시 외래 진료인 수요일까지는 굉장히 낮은 컨디션을 유지 했습니다. 중간에 추가 수혈을 받고 싶어도 삼성병원 응급실에 가면 기다림의 지옥이기 때문에 갈 수가 없고, 외래라도 월, 금으로 나뉘어진다면 어떻게 외래 처방이라도 받겠지만 월요일은 초진, 수, 금이 재진 환자 이기 때문에 그것도 녹녹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혈소판의 경우 병원 재고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팩 정도씩 밖에 수혈이 안됩니다. 따라서 "지정 헌혈"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정 헌혈은 누군가 헌혈 할 때 받을 사람을 지정하며 헌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롯이 지정 환자에게 수혈이 되는 제도 입니다.

 

지정 헌혈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와 동일한 혈액형을 가진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주변에 동일한 혈액형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있나, 누가 있나를 미리 확인 해보시는 것이 도움 받기 조금 더 수월합니다. 미리 미리 혹시 헌혈 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나중에 필요할 때 급하게 찾는 것 보다 훨씬 좋습니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진료의 경우 토,일,월 이 3일 사이에 혈소판 지정 헌혈을 해야 수요일에 수혈이 가능합니다. 다른 요일에 하면 혈소판의 유효기간(5일) 때문에 폐기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일 진료라면 100% 폐기 됩니다.)

 

 

 

다음에는 항암 부작용 중에 일어날 수 있는 패혈증을 알아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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