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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울 병원 DLBCL 림프암 항암 및 입원 후기

Yuno.org 2022. 8. 2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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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원날 19층 특실 병동에서 ...

 

 

삼성 병원 앞을 지나갈 때 마다 엄마는 그랬다. 이곳을 지나가면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할머니는 삼성 병원에서 오래 치료 받으셨다. 20년도 된 이야기지만 20년 전에 할머니 병문안을 갔을 때의 모습이 그대로 병원에 있었다. 19층의 모습이 20년간 그대로 라는 것에 살짝 당황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삼성 병원 앞을 지날 때 마다 엄마와 할머니의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난다. 

 

 

* 담당 교수

 

삼성서울병원에서 림프암 치료를 받기로 결정 했다면 이제 어떤 교수에게 치료 받을지 정해야 할텐데, 가급적 환자가 적고 환자, 보호자와 소통 하는 교수를 추천 하고 싶다. 병원 내에서 사용하는 어지간한 치료 법은 담당 교수의 관계 없이 전부 받을 수 있다. 환자가 많으면, 환자 한명에게 할당하는 시간도 급격히 줄어든다. 환자/보호자는 아무리 위급해도 그 쪼개진 시간으로 치료 받게 된다. 마지막 입원, 50일이 넘는 입원 기간 동안 제일 인기가 좋은 그 교수의 얼굴은 10번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건국대학교병원에서 R-CHOP 치료를 다 받으시고, 두달이 되지 않아 PET-CT에서 흉막 쪽에서 재발한 것으로 보여서 삼성 서울 병원으로 전원 하였다. 처음 PET-CT 결과지를 가지고 갔을 때, 1cm 미만으로 암이 아닐 수 있으니 지켜 보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미 건대에서 조직 검사도 진행 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입원해서 검사 하자고 했다.

 

구제 항암이라고 불리는 2차 치료는 건국대학교 병원에서도 충분히 가능 했는데, 삼성 서울 병원으로 전원 한 것은 일반적인 치료제가 아닌 폴라이비 + BR 요법과 같은 방법을 쓰기 위해서 였다. 첫 진료에서 조직 검사지를 보고는 일단 표준 치료가 있기는 한데... 먼저 입원 해서 검사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실을 구하기 힘드니 일요일에 특실로 입원 하자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 교수는 초진 환자 중에 1차 입원 환자는 원무과에 이야기 해서 일요일에 주로 입원을 시켰다)

 

엄마랑 나는 MRI나 PET을 다시 찍나보다 하고 알고 돌아갔다. 무슨 검사를 입원까지 해서 하는건가 .. 검사 후에 어떤 치료 방법을 선택 할지 논의 하는건가 보다. 하고 몇일 뒤 일요일에 엄마를 삼성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 얼마 있지 않아서 전화가 왔다. "검사가 아니고 항암이라는데?" ...

 

아니 검사 목적의 입원이라고 했는데...? 병원으로 가서 간호사실에 물어보니 항암으로 되어 있고 D-ICE 를 오늘 부터 진행 한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아닌데, 우리는 폴라이비 + BR 때문에 이 병원에 온건데...? 검사 하러 입원 하라더니 왜 갑자기..?

 

간호사실에 이야기를 했고, 간호사실에서 교수 밑에 있는 전문의에게 연락 해보니, '이미 결정 된 사항이라 바꿀 수 없다' 라는 회신을 받았다. 

 

검사 목적의 입원이 갑자기 항암 입원으로 바뀐 것도 황당한데 치료 계획도, 방법도 아무런 이야기 없이 당일에...

 

물론 이후의 치료도 다 이런 식이었다. D-ICE를 하고 관해 판정을 받고 나서 뇌전이를 발견해서 응급실에 갔을 때도 그 불친절 하다는 응급실 내과 의사가 오히려 친절하고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MTX 치료를 할 때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이야기만 들었고, 남은 설명은 항암 설명 해주시는 분에게 들었다. 나중에 MTX 불응으로 뇌전이가 심해져서 다시 응급실로 갔을때 방사선 치료도 응급실 담당 내과 의사에게 들었다.  어떤 치료를 받을지, 몇번 받을지 .. 그리고 나중에 방사선 종양 학과 담당 교수님과 면담 할 때는 이런 의사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분의 말 대로 림프암에게 방사선 치료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엄청난 속도로 뇌속의 암은 사라져갔다. 물론 부작용도 상당했고..

 

그 뒤에 뇌에 있던 암이 다시 몸에 퍼졌을 때, 2회인가 3회만 진행 했던 D-ICE에 나름 반응 했으니 그것을 하면 어떠냐는 의견을 냈지만 다른 것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레날리드정 + 리툭시맙에 대한 설명도 특별히 듣지 못하고 시작 했고, 2회 진행 후 GEMOX로 변경 할 때도 다른걸 해보자고 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걸 하나요? 라는 질문에 워낙 흘려서 이야기 하는 바람에 어떤 항암인지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중에 입원 후 가교 항암을 진행 할 때 당일 오전까지도 어떤 항암을 하는지 주치의도 몰랐다. 주치의에게 물어보니 '이 교수님이 무슨 생각 하시는지는 자기들도 모르고 ... 본인이 당일에 말씀 해주시기 전까지는 뭘 하는지 전혀 모른다' 라고 했다. 

 

후에 CAR-T를 하기로 정하고도 참 할말이 많은게..

 

GEMOX 1차를 진행 중인 3월 말에 4월 부터 CAR-T가 보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월 말에 이미 GEMOX를 시작 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GEMOX의 한 사이클은 이틀간 항암을 진행 하고 1주일 후에 추가 약을 주입 받는데, 그 1주일 사이에 엄마의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서 결국 GEMOX를 중단 하고 CAR-T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1주일 후에 보자고! 라는 이야기를 듣고, 와 이제 나름 꿈의 항암제(!?) CAR-T를 하네!! 하면서 1주일을 기다렸고 그 진료에서 또 "CAR-T를 하자고"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데자뷰 같은건가.

 

그리고 1주일 후에 지난번에 이미 말씀 하셨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럼 상담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리고 또 그렇게 1주일이 흐르고 .. 그제서야 진행이 아주 조금씩 되었다. 심평원과 이야기 하고, 날짜를 잡고 .. 할 때마다 1주일이 흘렀고 3월 말에 CAR-T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상담 하는데 3주, 심평원하고 이야기 하는데 2주 .. 세포 채집은 5월 중순.. (나중에 상태가 안좋아지자 1주일 정도 당겨주었다) 

 

보호자만 속이 타 들어갔다. 나중에 다른 교수가 차트를 살펴보고 전이가 너무 많이 되었고 동맥 근처에 너무 많은 암이 있어서 CAR-T를 해도 위험하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솔직히 화가 좀 났다. 결국 시간이 핵심인 항암에서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잃어버렸으니 ... 더군다나 인터넷 카페에서 서울대병원에서는 CAR-T가 보험이 될 것을 대비해서 세포 채집을 먼저 하고 약 제조를 보낸 뒤에 투약을 미루는 방법으로 시간을 단축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심 삼성 서울 병원.. 아니 담당 교수에게 매우 실망했다. 

 

감염이 있으면 절대 CAR-T를 못한다고 했지만, 교수가 진행 하라고 오더 한 뒤에 감염 수치들이 오르자, 항생제가 있으니 괜찮다고 하는 등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나타나기 시작한 감염 증상들이 결국 엄마를 하늘 나라로 ... 그렇게 이야기 하던 항생제의 효과는 어디로...

 

엄마가 돌아가신지 두달이 넘은 지금도 하루에 몇번씩 삼성 서울 병원을 가지 말고 서울대 병원을 갈걸 이라는 후회를 한다.

 

물론, 암은 어떻게 치료해도 안될 수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엄마의 지난 1년 간의 삼성 서울 병원에서의 치료 과정은 전혀 의료진-환자 간의 소통이 없이, 비효율 적이고, 중요한 시간을 전부 허비하는 치료 과정이 주를 이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R-CHOP의 각 병원 관해율에서 삼성 병원이 다른 병원대비 상당히 낮은 관해율을 보였던 표가 기억이 난다. 왜 그런 차이가 났던 건지, 과연 정말 삼성 병원에서는 필요한 치료를 정확히 제 때에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 다른 교수 또는 주치의, 의사

 

입원 기간이 비교적 길었고, 횟수도 있다보니 다양한 의료진을 만날 수 있었다. 한명 한명 실명으로 평가 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주치의도 확실히 사람 별로 달랐다. 어떤 주치의는 매우 살갑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환자를 대했고, 어떤 주치의는 환자 보다는 PC에서 올라오는 차트, 검사 결과만 지켜봤다. 

 

내과에 비해 외과 쪽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친절하고, 설명도 잘해주었다. 외과 쪽의 교수님, 주치의 전부 무엇인가 (착각일지 몰라도) 책임의식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잘 해주었다. 

 

응급 병동의 병동 교수님은 매우 친절하시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다. 엄마가 회진이 끝나도 난 뒤에 "저 선생님은 너무 좋다" 라며 계속 칭찬을 했었다. 

 

잊혀지지 않는 기분 나쁜 기억 중에 하나는 엄마가 장내 출혈로 계속 고통 받고 있을 때, 담당 교수 밑에 있는 임상 강사가 와서 CAR-T 관련 이야기를 하고 가려고 할때 출혈을 잡기가 힘든가요? 라고 물었더니 정말 관심도 없고, 영혼도 없는 말투로 "그런가보네요" 를 돌아서며 이야기할 때 정말 오만 정이 떨어졌다. 이 사람에게 치료 받을 환자들이 너무 불쌍 했다. 

 

 

* 간호사

 

입원 기간 동안 제일 스킨쉽에 많은 의료인은 역시 간호사다. 하루에도 몇번씩 와서 상태를 체크 하고, 의사, 환자, 보호자 간의 가교 역할도 한다.

 

정말 간호사도 케바케였다.

 

특실(19층) 입원 후, 엄마가 처음으로 거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던 5월 초 화장실을 못가니 기저귀를 사용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걸어서 화장실을 갔던 엄마가 4시간 자고 나니 갑자기 못가는 상황에서 사고가 멈췄었다.

 

기저귀를 써야 겠다! 라고 판단하고 급히 사왔는데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어떻게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평생 기저귀라고는 갈아본 적 없으니, 매우 당황해서 엄마를 정말 힘들게 했다. 더군다나 그때 엄마는 장에 천공이 있어서 통증이 상당 했는데 아직 병원에서 발견 하지 못한 상황이라 몸을 움직일 때 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안해 엄마 ㅠㅠ.. 

 

2-3일 정도 바꿔 보니 익숙해져서 나 혼자 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2-3일이 문제였다. 첫 날 혼자 기저귀를 갈지 못해서 끙끙 대고, 엄마는 아들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으로 협조도 하지 않아서 정말 혼자 앓이를 하고 있을때 담당 간호사가 들어왔다, 깜짝 놀라면서 이런 거는 이야기 해달라고 같이 하면 된다고 하나 하나 설명 해주면서 도와주셨다. 진심으로 백의의 천사 같았다. 나이트 근무로 근무 인원도 많지 않은데 몇번이고 도와주셨다. 

 

그리고 교대 후에는 180도 다른 태도의 간호사가 왔다. 이런건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없어요 라고 단칼에 거절. 혼자 앓이 하며 갈고 있으니 가뜩이나 바빠서 정신 없어 하시던 조무사 분이 도와주셨다. 

 

본관 19층, 암 병원 내과 병동, 외과 병동, 중환자실, 응급 병동.. 모두 정말 간호사 별로 대응 방식이나 그 수준이 천차 만별이었다. 

 

겪어보니 병동에 관계 없이 10-20% 정도의 간호사가 살짝 퉁명스럽고 불친절 하다고 느껴졌고, 그 외의 간호사들은 매우 친절하고 의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의 입원 기간 동안 간호사와 간호 조무사 수가 모자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간호 조무사는 너무 부족해 보였다. 얼마나 바쁜지, 아침마다 엄마 몸무게를 재러 오시는 분은 너부 바쁜 나머지 통증이고 뭐고 없이 빨리 빨리 주의셨다.

 

오늘도 병원에서 웃는 모습으로 친절하게 환자와 보호자를 챙겨 주고 계시는 대부분의 간호사 선생님들 힘 내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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