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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Yuno.org 2010. 10. 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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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 선언 할때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라는 연설(http://www.yuno.org/284 참조)을 했습니다. 80년대 생인 저는 이제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권력에 맞서는 것은 파멸을 불러 온다는 것을 말이죠.

조금 전에 방송 된 PD 수첩을 보면서 저런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권력을 가진자들은 어떤 존재들 보다도 똘똘 뭉쳐서 서로를 보호합니다. 그것이 법 권력(검찰), 정치 권력(국회의원 등) 할 것 없이 말이죠.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 위에 있습니다. 대학 초년기, 검사와의 대화라는 난생 처음 보는 방송을 잠깐 보고 뭐 저런걸 하지 하고 지나쳤던 자신에게 민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

한 그들의 비리를 제보 하면, 누구라도 파멸을 겪게 됩니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들은 보이는, 그것도 일반 시민이 이들에게 조금씩 양도한 권력인 공권력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짓밟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제보에서 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510년전 중세 시대 면죄부를 팔던 교황청을 연상 시키는 현 법무부와 검찰이 얼마나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고인물인지, 또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저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당황스럽습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 맹점 또는 제식구 감싸기 들의 행위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린 지금, 과연 정의가 얼마나 살아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그리스 정의의 여신 디케 상이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 디케 상은 두 눈을 가리고 한손에는 저울과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누구에더라도" 라는 의미이고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엄격한 정의의 기준으로"을 의미하고, 마지막으로 칼은 "힘"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 사법 연수원과 대한변협 앞에 서 있는 디케의 상은 눈을 가리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있으며, 저울과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습니다. 칼에 의한 공포가 아닌 법에 의한 처벌을 상징하는 거겠죠. 일부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눈을 뜨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실눈을 살짝 떠서 "권력자" 인지를 확인하고 저울을 들이대는 것 같습니다.

혹 그게 아니라면, 디케의 상이 검찰청 앞에는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요? 그 앞에 하나 놔두어야 이런 일이 없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핵심 권력 층으로 올라가는 길인 소위 고시생들의 마음 가짐에 문제가 있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고시 폐지 이야기를 했을때 고시생들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표현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렸을 때 검사, 변호사, 판사 등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은, 나쁜 사람을 잡으려고, 억울 한 사람을 도와 주려고 등의 이야기를 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버린, 그리고 이제는 현실에서 그 직업에 도전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마음 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계급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상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 인지 그 자리에 올라서면 이제 그 계급에서의 특혜를 찾기 위해 노력하나 봅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처럼 "검사"의 권력 중이 제일 큰 권력인 수사권을 없애 버리고, 경찰에게만 수사권을 부여하고 권력형 비리를 수사 하기 위한 부서를 신설해서 그들에게는 수사권을 부여하는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검찰의 수사권만 회수하더라도 검찰의 기세는 확 꺽일 텐데 말이죠. 물론 최근 정부의 행보는 그것과는 정 반대로 수사권 강화라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진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권력을 몰아주는데 앞서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수사처"를 만들려고 했을때 검찰이 반대 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우르르 달려 갈것이 뻔하니 절대 찬성 할 수 없었겠죠. 그때는 왜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한번 더 드는군요. 다시 한번만 더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지금은 물심양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네요.

혁명은 자연 발화 처럼 스스로 발생 하는 것이 아닌, 위에서 혁명의 불꽃을 붙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듭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최고의 권력 기관이고, 검사는 그 정점에 서 있다. 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최근입니다.


PD 수첩 보고 어처구니 없어 주절 주절 써봤습니다.

p.s 그나저나 민경식 특별 검사님과 박기준 전 검사장님께서 가르쳐주신 "공차"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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